생활안전을 무시하고 달려 터널을 빠져나온 순간 마주한 아찔했던 순간,
원주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 터널 구간은 겨울철 운전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코스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제가 강원도 출장 길에 직접 겪었던 터널 진출입로의 블랙아이스 미끄러짐 사고 위기 순간과, 이를 통해 배운 겨울철 안전 운전 수칙을 공유합니다.
겨울철 강원도 길을 달려본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출발할 때는 비가 내리거나 빗방울이 살짝 맺히는 평범한 국도였는데, 산세를 뚫고 지나가는 길게 뻗은 터널을 하나 통과했을 뿐인데 세상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해버리는 광경 말입니다.
몇 년 전, 강원도 정동진으로 야쿠르트 빈 플라스틱 통으로 만든 신개념 정화조 정수장치 제어용 전기 패널 납품을 위해 서둘러 차를 몰던 날이 생생합니다. 회사 출발 지점과 영동고속도로 초입까지만 해도 하늘은 잿빛이었지만 도로 바닥은 그저 축축하게 젖어 있는 정도였습니다. ‘겨울비가 좀 내리나 보다, 운전 조심해서 가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눈으로 바뀔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제법 속도를 내며 거대한 산악 지대의 속사 터널 속으로 진입했습니다. 아마 그 어디쯤으로 기억합니다.

1. 강원도 고속도로 터널 블랙아이스 경험담
당시 영동고속도로의 터널 안은 약간 습했지만 안전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빙판길인 ‘블랙아이스(Black Ice)’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차가 중심을 잃고 좌우로 흔들리는 순간의 공포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다행히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지 않고 조향을 유지해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터널 전후 구간이 왜 ‘죽음의 구간’으로 불리는지 온몸으로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터널 끝 어두운 출구 너머로 환한 빛이 보이면서 차를 밖으로 밀어내듯 빠져나온 순간,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시야를 가로막는 하얀 눈보라와 함께 도로엔 눈이 살짝 쌓였고 이미 완벽한 ‘빙판길’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터널에 들어서기 전에는 분명 겨울비가 살짝 내리고 있었는데… 터널 입구는 비, 여기는 눈이라니 참 황당했습니다.
터널 탈출 순간, 도사리고 있던 공포, 눈길의 위력,겨울철 터널 미끄러짐
깜짝 놀라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려는 순간, 이미 차체는 미끄러질 조짐을 보였습니다. 본능적으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핸들을 꽉 움켜쥔 채 엔진 브레이크로 겨우 속도를 줄이며 터널 출구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마주한 광경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불과 수십 미터 앞 편도 2차로 도로의 중앙분리대 쪽에 승용차 한 대가 처참하게 앞이 찌그러진 채 박혀 있었습니다. 차체는 완전히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고, 에어백이 터져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서 있었고, 사방에 흩어진 차량 파편들이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사고 차량의 상태를 보니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터널 직후의 급격한 결빙 구간을 만났는지 짐작하고도 남았습니다.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았거나, “설마 터널 앞이라고 바닥이 얼었겠어?”라는 안일한 심정으로 평소처럼 주행하다가 눈길에서 순식간에 제어력을 잃고 회전하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것이 분명했습니다.
2. 터널 진출입로에 블랙아이스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
교통안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터널 주변은 일반 도로보다 블랙아이스 형성 조건이 훨씬 더 잘 갖춰져 있습니다.
- 심한 온도 차이: 터널 내부의 따뜻한 공기와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는 진출입로는 이슬이 맺히기 쉽고, 이 수분이 곧바로 얼어붙습니다.
- 일조량 부족: 산모퉁이나 그늘진 곳에 위치한 터널 진출입로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아 한 번 녹은 눈이나 습기가 오랜 기간 빙판으로 남아있습니다.
- 다리 및 교량 연결 부위: 터널을 나오자마자 교량(다리)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위아래로 찬 바람이 통하기 때문에 도로 표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나는 안전하겠지”라는 착각, 겨울철 운전자의 가장 큰 적
우리는 흔히 눈이 내릴 때만 빙판길을 조심합니다. 하지만 강원도라는 지형적 특성은 운전자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산간 지역의 터널은 지형의 고도가 높고 그늘이 지기 쉬워 기온이 영하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게다가 터널 안의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출구 주변의 눈이나 빗물을 급격히 얼려버리는 ‘블랙 아이스(Black Ice)’ 현상이나 국지성 폭설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터널 전에는 빗길이었으니 당연히 밖에서도 빗길일 것이라 믿는 안일함, 그리고 “내 차는 사륜구동이니까 괜찮아”, “운전 경력이 몇 년인데 이 정도쯤이야”하는 오만함이 바로 도로 위를 살인마로 만드는 주범입니다.
그날 정동진으로 향하던 저 역시 만약 그 사고 차량보다 불과 몇 초만 더 일찍 터널을 빠져나왔거나, 조금만 더 속도를 냈더라면 중앙분리대에 박혀 있던 주인공이 바로 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자리에서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아찔함과 함께 무서운 경각심이 밀려왔습니다.
겨울철 강원도 길, 생명을 지키는 안전 수칙
- 터널 출구 감속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겨울철 강원도 지방도나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는 터널을 통과하기 전부터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터널 출구는 외기의 영향을 직접 받아 도로가 얼어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 급제동, 급가속, 급핸들 조작을 절대 금지합니다. 미끄러운 빙판길이나 눈길에서는 차의 관성을 제어할 수 없습니다. 차가 미끄러질 때는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핸들을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틀며 엔진 브레이크를 활용해 서서히 감속해야 합니다.
-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평소의 2배 이상 확보하세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동 거리가 평지의 몇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이 곧 생명줄입니다.
겨울철 강원도 여행, 출발 전 차량 점검이 생명입니다
눈꽃이 아름다운 겨울철 강원도를 안전하게 방문하기 위해서는 주행 중 방어운전뿐만 아니라 출발 전 차량 상태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타이어 공기압 및 상태 확인: 겨울철에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타이어 공기압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마모된 타이어는 눈길과 빙판길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출발 전 반드시 트레드(홈) 마모 상태를 확인하세요.
- 워셔액과 와이퍼 점검: 눈이 날리거나 제설 작업 중 흙탕물이 튀었을 때 시야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도록 겨울용 워셔액을 채우고 와이퍼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 월동 장비 구비: 스노우 체인이나 스프레이 체인, 그리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담요나 랜턴 등의 비상 용품을 트렁크에 상시 구비하는 것이 안전한 여행의 기본입니다.
도로 위에서는 단 한 번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목적지로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번 겨울, 강원도 길을 계획 중이신 모든 운전자분께서 안전 불감증이라는 가장 위험한 동승자를 차에서 내리게 하고, 언제나 방어 운전과 양보 운전으로 안전 귀가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